재미있는 심리학 현상 이방인효과 분별심 질투심

결국, 분별심은 우리를 겁쟁이로 만든다. 이러한 방황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햄릿 증후군 혹은 결정장애라

인간은 동물인가? 2024. 12. 20. 10:39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결말이 아닌가. 그저 칼 한 자루면 모든 것을 깨끗이 끝낼 수 있는데,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는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결국, 분별심은 우리를 겁쟁이로 만든다. 이러한 방황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햄릿 증후군 혹은 결정장애라고 부른다. 햄릿 증후군의 원인은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이 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일수록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정치에 대한 냉소로도 이어진다.

온라인 기술의 발달도 햄릿 증후군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을 통해 대상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이 넓어진 것도 이러한 결정장애와 연결된다. 정해진 비용 내에서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선택이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에서는 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오히려 결정장애 세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생이 된 자녀가 여전히 초등학생처럼 부모의 간섭을 받는 경우가 많고, 대학 상담소에는 부모의 간섭으로 힘들다는 대학생들의 고민이 쏟아진다.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들이 자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익명과 루시퍼 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익명의 말과 행동은 양날의 칼이다. 이름이 없는 경우를 익명이라고 부르며, 이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 조선조 세종은 귀족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고려 분청자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 결과, 가짜 분청자기들이 등장하자 세종은 분청 자기를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새기도록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상품이니 엉터리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익명은 선의로 사용되면 큰 감동을 주지만, 악의적으로 사용되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연말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익명의 기부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선뜻 거금을 내놓는 이들이다. 이러한 익명은 선행의 대표적인 예로,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그러나 익명의 다른 측면은 나를 감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동이기에, 무의식적인 욕망과 폭력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은 익명의 바다와 같다. 익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무분별하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는다. 온라인 카페에서 익명의 게시판은 욕설과 비방, 음담패설로 가득 차 있다. 익명이 보장되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자신을 통제하기가 현실보다 더 어렵다. 억눌렸던 잠재된 욕망이 익명의 공간에서 분출되는 것이다. 수사관들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악플을 달고 조폭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잡아보면, 실제로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경우가 많다. 익명은 해방의 공간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폭력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루시퍼 효과는 인간의 본성과 상황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루시퍼는 본래 빛을 내는 자였으나, 오만으로 인해 신에게 반기를 들고 추방된 존재다. 그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존재였지만, 동시에 추악한 모습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내면에도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헤르만 헤세의 성장소설 "데미안"에서는 아브락삭스라는 신의 이름이 등장한다. 아브락삭스는 선과 악을 한 몸에 지닌 존재로,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상징한다.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과 필립 짐바르도는 인간이 선한 행동을 하느냐 악한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본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을 죄수와 간수로 나누어 역할을 부여했을 때, 시간이 갈수록 간수는 포악해지고 가학적으로 변해갔음을 관찰했다. 이는 권력을 부여받은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국, 우리는 익명성과 루시퍼 효과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은 우리가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에서 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익명성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