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해멀튼 교수와의 특별한 경험-최재천교수

영감의 순간: 해멀튼 교수와의 특별한 경험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가 세미나를 한다고 하여, 나도 초대받았다. 점심을 준비하는 당번이었는데,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르면서 실수로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장면을 보며, 미국 사람들은 방 안을 치우지 않고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도 익숙한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은 떨어진 베이글을 그냥 주워 바지에 묻힌 뒤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교수님이 봉투가 모자라다며 나에게 몇 개를 가져오라고 하셨고, 나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봉투를 가져가면서도 아까 떨어진 베이글이 어느 봉투에 들어갔는지 걱정이 되었다. 세미나실 앞에서 나눠주던 중, 나는 그 베이글이 아까 떨어진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런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의를 계속했다.
그렇게 5일 동안 교수님에게 진화적 사회 행동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교수님의 포괄적합도 이론, 즉 인클로스 페트니스티얼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해서 물었고, 그는 항상 나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교수님은 수줍은 성격이었지만,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러던 중, 내가 귀찮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 후, 펜스테이트에 돌아와서 교수님의 기생충에 관한 논문을 알게 되었다. 그는 기생충이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다윈의 성 선택 이론을 확장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기생충을 가진 수컷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논리로, 생물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교수님은 사회적 행동과 기생충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수컷의 화려한 색깔과 노래는 기생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유전적 우수성을 광고하는 방법이라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이미 사회성 진화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고, 나는 그 이론에 매료되어 교수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날, 나는 운전해 펜스테이트로 돌아가기 전에 교수님을 뵈러 갔다. 그 순간, 교수님은 나에게 영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왕리 파크에서 영국 로열 소사이티에 심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교수님은 혹시 나를 옥스퍼드로 데려갈 수 있다고 하셨고, 나는 그 기회가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때 교수님이 "확률이 51% 정도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그 말이 단순한 확률이 아니라, 내게는 99%에 해당한다고 느꼈다. 교수님과의 만남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진화적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이 경험은 내 연구와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의 길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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