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는 초연결 사회 속에서 격리된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깊이 탐구하는 책이다. 인간 진화의 동인이 소통임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제 그 소통 능력을 스스로 놓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아이러니하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는 다른 동물군들을 뛰어넘어 만물의 영장으로 자리 잡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소외와 배제, 양극화, 정치적 극단주의로 이어지는 과정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허츠는 외로움이 알코올 의존증과 비슷한 수준의 건강 문제로, 비만보다 두 배 이상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지속적인 고립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결국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치매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조기 사망의 위험을 30% 이상 증가시킨다.
이러한 외로움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5명 중 3명이 외롭다고 느끼고 있으며,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메디케어 지출이 매년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는 직접적인 비용일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합치면 그 액수는 더욱 커질 것이다. 허츠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주변화된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연결감을 잃어버리면서, 극단주의적인 정당으로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지위가 대폭 하락한 탄광 노동자들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로 돌변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사회적 고립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의 캐치프레이드인 "기억되지 않은 미국의 남녀를 내가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말은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자극하며, 그들에게 연대의식을 북돋아주는 메시지로 작용했다. 허츠는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신뢰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사람들이 포퓰리스트가 제시하는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공동체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위기가 동반될 때,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쉬우며, 자극적인 언사가 그들의 감정에 잘 통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관련하여 일상에서의 의사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페이스 투 페이스 소통이 줄어들고, 스마트폰과 SNS를 통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신체적 접촉이나 미묘한 감정 전달을 배제한 의사소통으로, 오해를 낳고 사람들 간의 유대를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허츠는 한국의 먹방 현상에 주목하며, 컴퓨터 화면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어떻게 외로움을 달래는 시뮬레이션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BJ나 유튜버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단순한 대면 소통이 아니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로 이어진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연결성을 제공하지만, 그로 인해 인간의 고유한 소통 능력이 퇴화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20번 이상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매일 3~4시간을 할애하는 현실은 더 많은 접속이 오히려 더 큰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비접촉 연결은 인간의 소통 능력을 저하시켜, 결국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상대방의 표정 읽기'라는 수업이 개설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결여된 학생들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현대 사회에서 소통 능력이 얼마나 퇴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사람 간의 감정적인 유대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결국, 허츠의 주장은 우리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소통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로움과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사회적 연대가 필수적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져야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회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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